오만한 독재자, 또는 능청스러운 위선자.

타의 판단을 거부한다. 가치는 오직 스스로에 의해 정의되기를 원했다.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따위는 조금도 중요치 않다는 듯 오로지 그 자신만을 위해 행동했다. 모든 판단의 중심에는 본인이 있다. 그는 주로 이기적이었고 때때로 독단적이기도 했으나 타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존심이 세고 완벽에 집착하여 자신의 오류를 시인하지 않을 뿐. 그는 인간임에도 감히 인간 이상의 존재를 염원했으므로 보편화된 이상 따위를 좇지 않았으며, 자신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삶 너머의 무언가를 보고 있다고 믿는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

그가 그다지도 공감능력이 바닥을 치는 인물은 사실 아니었고, 다만 그는 공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면 그는 부러 무언가를 이해하는 척을 하기보다는 그저 배타적인 방관자로 남기를 택했다. 납득의 범주를 벗어나는 모든 상황은 끝내 관찰과 연구로 귀결된다. 본인이 결코 선인은 되지 못함을 인정했으나, 그렇다고 구태여 이것이 악이라 떠벌리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냥 그 정도의 적당한 위선으로 스스로를 치장한 채 ‘평범한 인간’ 따위의 흉내를 내는 것을 꽤나 즐기는 듯 보였다. 그것은 일종의 유희이다. 그래봤자 그 밑바닥의 천성은 사악할 뿐임을 그도 기꺼이 수긍한다.

​

쏘아보는 시선은 금수와 같으며 웃는 얼굴은 악귀에 가깝다. 악마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아마 그렇게 웃을 것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는, 끝까지 인간인 척을 하고 있었다.